환상의 열쇠
샤넬, 디올, 구찌 같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광고를 보면 의외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광고에서 ‘옷’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향수 광고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브랜드의 의류는 가격이 매우 높아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랜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대중과 만나는 통로로 향수를 선택한다.
‣ 샤넬의 N.5 향수
그렇다면 왜 하필 향수일까? 향수는 단순한 향이 있는 액체가 아니다. 브랜드가 구축한 세계관과 정체성, 즉 ‘환상’을 가장 농축된 형태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소비자는 향수를 구매함으로써 단순히 향기를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그려낸 이미지 즉 '샤넬스러움', '구찌스러움' 의 경험을 얻는다.
욕망의 자극
이 환상의 핵심은 ‘욕망’의 자극이다. ‘욕망’이란 어떤 결핍을 느껴 그것을 채우고자 하는 본능적 충동이다. 고급 브랜드들은 이 지점을 교묘히 파고든다. 예를 들어, 우리는 샤넬의 수백만 원짜리 가방은 쉽게 가질 수 없지만, 같은 브랜드의 향수는 비교적 접근 가능하다. 이때 소비자는 향수를 통해 샤넬의 일원이 된 듯한 감각, 즉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매’하는 것이다.
광고는 이 같은 심리를 더욱 자극한다. 향수 광고에서는 불가능한 사랑, 위험한 관계, 도발적인 자유 같은 주제를 자주 활용한다. 이들은 우리의 현실에선 감히 시도하기 힘든 감정이나 상황이다. 그러나 향수를 통해 우리는 그 욕망에 살짝 손을 뻗을 수 있다.
상상력의 장치
광고 속에서 펼쳐지는 세계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달, 공중부양, 시간의 왜곡 같은 이미지들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지 시각적 장치가 아니다. 이런 비현실적 요소는 향수 사용자가 마치 이 세계의 주인공이 된 듯한 환상을 심는다. 다시 말해, 이 향수를 뿌리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일상 속의 내가 아니라, 브랜드가 설계한 꿈의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환상을 소비한다는 것
결국 소비자는 향수를 통해 향기 그 자체보다 더 큰 보이지 않는 가치를 산다. 그것은 브랜드가 설계한 정체성이자 환상이다. 광고는 그 상상의 문을 열어주고, 향수는 그 문을 통과하게 하는 열쇠가 된다.
Q. 당신이라면 어떤 주제로 소비자들에게 환상을 심을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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