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인정
“서로 배려해요,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
“당신의 말 한마디가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틀렸다고 하지 말고, 다르다고 말합시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들이다. 포스터에서, 공공기관 캠페인에서, 학교나 직장에서. 이 문장들은 큰 문제없어 보인다. 나도 이런 말들에 동의한다. 이런 언어가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좋게 만든다고 믿는다.
하지만 인정할 건 하자. 나는 차별을 좋아한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더 좋은 것을 따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더 능숙한 말투, 더 단정한 자세, 더 깨끗한 옷차림 나는 이런 걸 따진다. 나만 그런 게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선택은 차별일 수 있다.
이율배반적이게도 나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차별을 하면서 동시에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 모순 안에 산다. 그러나 그걸 인정한 이후로, 차별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 보면 종종 장애인 전용 콜택시를 본다. 일반적으로 "아,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주는 좋은 제도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차별이다.
왜 “장애인 전용” 택시인가? 왜 그들은 일반 택시를 탈 수 없나? “휠체어나 승차 보조 인력이 필요하니까”라는 이유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왜 기본 시스템이 장애인을 배제하고 있는가?
진짜 평등한 사회는 전용이 필요 없는 사회다. "장애인 전용"이 아니라,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택시, 버스, 지하철이어야 한다.
• Black Cab
영국의 블랙캡 택시는 이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런던 시내를 달리는 이 택시는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는 그 검은색 택시. 단지 멋있어 보이려고 그렇게 만든 게 아니다. 블랙캡은 법적으로 휠체어 접근성을 갖춘 구조를 갖춰야 하며, 차량 바닥은 평평하고 높이가 높아 휠체어 이용자도 별도의 리프트 없이 바로 탑승할 수 있다. 자동 경사판, 손잡이, 360도 회전 가능한 공간, 청각 장애인을 위한 시각 장치,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안내 시스템까지 이건 그저 장애인용 택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택시다.
휠체어를 탄 사람도, 유모차를 끄는 부모도, 노약자도 탈 수 있다. 모두를 위한 기본 설계다. 블랙캡은 기본값이 다르다.
• 현대식 블랙캡
대한민국에도 예시가 있다. 여성우선주차장. 여성을 위한 배려, 괜찮아 보인다. 근데 곱씹어 보면 이상하다. 왜 여성을 ‘배려 받아야 할 존재’로 규정할까? 의도는 좋았을지 몰라도 결국은 차별이다. 여성을 위한다는건 배려로 보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비친다는 점에서 차별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재는 여성우선주차장이 가족배려주차장으로 바뀌고있다. 임산부, 영유아, 거동이 불편한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다. 여성을 위한 주차장에서 거동이 불편한 모든 이가 사용하는 주차장으로 변화한다니 기분이 좋다.
누구를 위한 특별 배려가 아니라,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설계. 그게 진짜 평등이다.
우리는 차별을 외면한 채 평등을 말한다. 하지만 진짜 평등은, 차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추가 사항
글을 쓰면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있다. 장애인콜택시의 호출시간이 기본 30분이 넘는다는 것이다. 그 정도면 택시가 아니지 않나 의문이 든다. 또한 이용기준과 배차의 우선사항등 이상한 기준이 너무 많다.
나는 장애인콜택시도 부르면 오고, 타고 간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다. 확실히 바꿀 필요가 있어보인다.
Q. 당신은 스스로가 차별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나요?
생각해보세요